GL.iNet Mudi 7의 USB-C 출력 전력은 얼마일까
여행용으로 들고 다니는 GL.iNet Mudi 7 (GL-E5800)은 5G NR과 Wi-Fi 7을 지원하는 트래블 라우터다. 5380mAh(20.72Wh) 배터리가 들어 있고, 본체 충전은 USB PD/PPS 5~12V, 최대 30W까지 받는다. 사양만 보면 전력 쪽이 꽤 든든해 보였다.
게다가 설정에 보조배터리처럼 USB-C로 전력을 내보내는 output priority 옵션이 있어서, 막연히 “30W PD를 받는 기기니까 노트북도 급할 때 어느 정도는 충전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노트북 배터리가 1%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Mudi 7을 USB-C로 연결했는데, 충전 속도가 2W 남짓밖에 안 나왔다. 사실상 충전이 안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실망스러웠고, 왜 그런지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꽂혀 있는데 0W
리눅스에서 배터리 상태를 읽어보니 어댑터는 분명히 “연결됨(plugged)”으로 인식되는데, 정작 충전 상태는 Not charging이고 배터리로 들어가는 전력은 0W였다. 심지어 꽂아둔 채로 잔량이 더 떨어졌다. 방향(output priority)은 맞게 잡혔는데도 그랬다.
입력 30W ≠ 출력 30W
USB-C 충전은 기기끼리 USB Power Delivery(PD)로 “나는 몇 V를 몇 A까지 줄 수 있다”를 협상해서 결정된다. Mudi 7이 노트북에게 광고하는 전력 프로파일(PDO)을 직접 읽어봤더니 이렇게 나왔다.
[1:fixed_supply] voltage=5000mV maximum_current=1000mA → 5V / 1A = 5W
[1:fixed_supply] voltage=5000mV operational_current=2000mA → 5V / 2A = 10W
전부 5V다. 9V, 15V, 20V 같은 고전압 프로파일이 아예 없다. 여기서 중요한 함정이 드러난다. Mudi 7은 본체를 충전받을 때(입력)는 12V·30W PD까지 받지만, 다른 기기로 내보낼 때(출력)는 5V, 약 10W가 끝이었다. 30W는 어디까지나 입력 스펙이고, 출력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5V로는 노트북 배터리를 못 채운다
이게 단순히 “느리게 충전된다”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유가 있다.
노트북 충전 회로는 대부분 벅(buck, 강압) 컨버터다. 높은 입력 전압을 낮춰서 배터리에 넣는 구조라, 배터리에 전류를 흘리려면 입력 전압이 배터리 전압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데 노트북 배터리는 셀을 직렬로 묶은 멀티셀(보통 3직렬, 공칭 약 11.5V, 완충 시 12.6V)이다.
즉 입력 5V로 11.5V짜리 배터리를 충전하려는 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을 그냥 흘려보내려는 것과 같다. 전류가 0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5V·10W는 노트북이 켜진 채로 소비하는 전력(보통 8~15W)보다도 작아서, 꽂아둬도 배터리가 오히려 줄어든다.
| 대상 | 배터리 구성 | Mudi 7 출력(실측 5V/~10W)으로 충전 |
|---|---|---|
| 스마트폰 · 무선 이어폰 | 1셀 (~3.7~4.2V) | 가능 |
| USB-C 노트북 | 멀티셀 (~11.5V 이상) | 불가 |
참고로 같은 노트북을 테슬라 차량의 USB-C 포트에 꽂으니 멀쩡하게 충전됐다. 차량 포트는 배터리 전압보다 높은 15V급 PD를 내주기 때문이다. 차이는 전적으로 출력 전압에 있었다.
결론
Mudi 7은 폰이나 무선 이어폰 같은 1셀 기기까지의 보조 전원으로는 쓸 수 있지만, 노트북 비상 충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본체가 30W PD를 받는다는 사양에 속아서는 안 된다. 입력과 출력은 별개이고, 출력은 5V라 충전이 안 될 뿐 아니라 사용 중이라면 방전을 늦추지도 못한다.
노트북을 충전하려면 결국 9V 이상(현실적으로는 20V·65W급) USB-PD 어댑터가 필요하다. “USB-C에 30W라고 적혀 있으니 꽂으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기대는, 출력 전압을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Sun, 21 Jun 2026 21:00:00 +0900